한국형 장애인예산 모델, 반드시 ‘효율성’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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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장애인예산 모델, 반드시 ‘효율성’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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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장애인예산 모델, 반드시 ‘효율성’ 있어야

장애인 예산 후퇴의 원인은 '가성비 부족?'

장애계, 효율성 있는 집행방안도 함께 강구해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10-19 13:07:33
솔직히 저도 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으로 흐를 것이라는 상상은 못 했습니다. 지난 2월 개전 초, 몇 주 내로 끝날 것이라 장담했던 제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고 이제는 러시아가 역으로 수세에 몰려있는 징조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우크라이나 전쟁 자체는 ‘언젠간 터졌을 것이다’라는 예상은 했지만, 그것이 지금 터졌을 것이라는 상상을 못 했던 것입니다.

저도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지금 러시아 관련 교류가 끊어진 상태라 초비상이기도 합니다. 일전에 살짝 언급한 러시아인 친구와의 직접 접촉도 각종 금융제재와 항공편 폐쇄로 결국 봉쇄되었고 러시아는 둘 사이의 유일한 소통 수단이었던 페이스북마저 공식적으로 금지조치를 취하고 있고, 곡물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하여 대단히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빚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역설적으로 장애인 권리예산에 엄청난 빨간 불을 켜놨습니다. 이제는 이런 식으로 장애인 권리예산 투쟁했다가는 소득도 없이 끝날 것이라는 징조가 있습니다. 그렇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군비 증강을 국가적 트라우마로 여기며 군비 확장에 소극적이었던 독일마저 올라프 숄츠 수상의 전격 정책 노선 전환으로 군비 확장에 돌입했습니다. 이것이 결정적인 장애인 권리예산 확장에 결정타를 때리는 중대한 변화이기도 합니다.

사실 장애계가 요구하는 장애인 예산의 적정 수준이라고 지적한 ‘OECD 평균’이라는 것도 이러한 군비 확장 등으로 인해 앞으로 그 평균 수치가 하락하는 등, 앞으로 장애인 권리예산의 미래는 ‘한국형 모델 수립’ 이외에는 절대 답이 서지 않을 그러한 운명에 놓였습니다. 즉, 이제 대한민국 장애인 예산은 무조건 OECD 수준을 바라볼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그 OECD의 주력인 유럽권이 군비 확장을 이렇게 시작한 것이 역설적인 신호입니다.

이미 그 신호는 있었습니다. 폴란드가 FA-50 전투기, K-2 전차, K-9 자주포 등을 한국에 대량 주문한 사건은 폴란드 내부 사정이 있었던 영향도 있었지만, 당장 무장시킬 무기가 급했던 폴란드 사정과 한창 생산 중이던 한국 둘 사이의 관계가 잘 맞아떨어진 세기의 거래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예산 정책 패러다임 자체의 위기도 있지만, 장애계에서 애써 무시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반드시 잡아낼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예산의 효율성 문제입니다. 장애계는 절대로 장애인 예산의 집행 효율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책정 금액만 생각할 뿐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 자료에 의하면, 2021년 발달장애인 지원 관련 예산 집행률이 겨우 53.9%, 즉 젊은 층 은어로 말하면 소위 ‘가성비’ 전혀 안 드는 예산입니다. 발달장애 쪽만 봐도 이러한 수준인데, 이러한 ‘가성비’가 전혀 없는 예산이 무슨 권리이고 필요인지, 예산정책 관료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애계는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정부에 떠넘긴 것입니다. 이제 단순히 ‘예산 증액해주시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예산을 줘야 산출이 이렇게 나옵니다’라고 설득해야 하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의 예산정책 중 하나는 바로 예산의 효율성 증대라는 점이 점점 드러나고 있습니다. 소위 불용예산 이슈를 대단히 민감하게 보는 것입니다. 장애인 예산이 시설 위주로만 흐르는 것도 의외로 시설 예산이 단순히 집행 관점에서만 보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라는 아이러니가 있기 때문입니다.

장애계는 이제 전략 자체를 장애인 권리예산 보장 이전에 그 예산의 집행 효율성 상승을 유도할 장애인 예산 패러다임 자체에 대한 ‘새판짜기’를 시작해야 합니다. 이제 무조건 예산서 숫자만으로 장애인 권리 수준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OECD 평균의 함정도 점점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미 OECD의 주력인 유럽권의 국방예산 증액이 그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제가 일전에 지적한 대로, 유럽은 사회복지에 긍정적인 면모를 드러내지만, 한국은 유럽식 모델이 아닌 미국식 모델에 따라 현대화가 진행된 탓이 있습니다. 거기에 냉전과 과거의 잔재로 사회복지라는 개념 자체를 무슨 공산당 선전으로 착각하는 극단적인 보수 세력 때문에 자본주의 국가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저비용 고효율 복지를 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분명히 2023년 장애인 예산 삭감, 최소한 실질적 삭감은 있을 것이고 장애계는 또 권리 무시라고 할 것이지만, 이번에는 장애계가 확실히 패배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지, 장애계가 먼저 답변해야 합니다. 권리에는 책임이 따르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예산서에 적혀있는 금액 숫자만 바라볼 필요는 이제 없습니다. 그들에게는 금액 숫자보다 집행율 숫자를 더 중요하게 보니까요. OECD 평균에 얽매일 필요가 없습니다. OECD 평균은 이제 의미 없는, 방위비 지출 급증 등으로 그 평균의 신화는 무너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평균은 함정이 많은 개념인, 너무 그 숫자가 크거나 작아 계산을 어렵게 하는 ‘이상점’이라는 부분을 통계학은 항상 경고하고 있습니다.

저들에게 장애인 예산은 요구만 많고 실제로 써먹지를 못하는 그런, ‘계륵 예산’이라는 문제 때문에 장애인 권리예산 보장은 선동 구호로밖에 느껴지지 않는 것입니다. 이제 장애계도 전략을 바꿔야 합니다. 장애인 예산을 ‘어떻게 집행해야 효율적인가?’라는 질문에도 답해야 합니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 변호사가 사건 해결을 위해서는 발상을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을 때 이야기했던 그 말을 다시금 되뇌며 이 장애인 권리예산 문제의 답안지를 제가 말했던 이야기와 겹쳐서 다시 한번 장애계는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몸무게가 22톤인 암컷 향고래가 500kg에 달하는 대왕오징어를 먹고 6시간 뒤 1.3톤짜리 알을 낳았다면 이 암컷 향고래의 몸무게는 얼마일까요? 정답은 ‘고래는 알을 낳을 수 없다 ’입니다. 고래는 포유류라 알이 아닌 새끼를 낳으니까요. 무게에만 초점을 맞추면 문제를 풀 수 없습니다. 핵심을 봐야 돼요.”

장애인 권리예산은 여기서 고래입니다. 확실한 것은 우영우 변호사의 지적처럼, ‘무게에만 초점을 맞추면 문제를 풀 수 없다’라는 사실입니다. 과연 우영우 변호사가 이 말을 한국 장애계에 전달했다면, 그 ‘알’과 ‘몸무게’는 과연 장애인 권리예산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하여튼 그 답안의 확실한 결론은 오직 ‘한국형 장애인 예산 모델’이라는 사실은 이미 정해져 있는 답안이었을 것입니다. 과연 ‘우영우의 질문’을 이용해서 한국 장애인 권리예산의 새로운 답인 ‘한국형 장애인 예산 모델’을 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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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장지용 (alv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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