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할 권리가 있는 사람, 발달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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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2 14:52
자립할 권리가 있는 사람, 발달장애인
[성명] 피플퍼스트서울센터(10월 11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10-11 18:34:15
“발달장애인이 돌봄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아닌, 시민임을 인정하라”
20년 전, 장애인들은 “장애인도 버스와 지하철을 타자”고 외치며 정부에게 1동선(지하철 입구부터 승강장까지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동선) 엘리베이터 등을 만들어 이동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습니다. 2022년도인 지금도 삼각지역에서는 몇 달째 이동권과 장애인권리예산을 요청하는 시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동권 투쟁에 참여하는 우리의 마음은 조금 복잡합니다. 이동권에서 주로 이야기되는 것들은 엘리베이터, 계단, 경사로, 열차와 플랫폼의 간격들 같은 눈에 보이는 것들인데, 이 이동권 투쟁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이동의 조건’에 발달장애인의 이동권을 함께 담기 어려워 보입니다.
왜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발달장애인이 자유롭게 이동하기 위한 조건은 눈에 보이지 않은 것들이기 때문일 겁니다.
이동뿐 아니라 교육, 직업, 활동지원, 자립 등 많은 지원 속에서도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은 유독 적고, 가족들은 더 많은 희생과 돌봄의 책임을 요구받습니다.
대부분의 발달장애인은 성인이 되어서도 가족과 시설의 돌봄을 강요받으며 평생을 살아갑니다. 아마도 사람들은 이것에 대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도 이 과정에서 우리가 가진 어려움과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바람을 말하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삶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과 같은 사회에서 발달장애인이 스스로 노력하고, 견디고, 용기를 낸다고 해도 시민으로서 인정받으며 살아가기란 어렵습니다.
우리는 오늘, 이동권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시위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눈빛과 말투가 두렵려웠지만, 이동권은 모두에게 중요하고 권리를 위해서는 예산(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대의 마음을 담아 지난 9월 삭발에 참여(소형민 활동가)했고, 오늘은 우리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삭발에 참여(김대범활동가) 했습니다.
발달장애인이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도 앱에 나오는 목적지까지의 시간은 비장애인의 기준입니다. 우리는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출발해 약속장소까지 갈 때 많은 준비를 합니다.
낯선 곳에서 약속이 생기면 며칠 전부터 어떻게 하면 도착지에 갈 수 있을지 검색하고 직접 찾아가는 연습을 합니다. 길을 헤맬 수도 잃을 수도 있으니 몇 시간 전에 길을 떠나거나, 알아보기 어렵게 만들어진 노선도와 환승방법을 기억하려고 몇 번이나 손을 짚어가며 목적지를 확인합니다.
더 긴 시간 준비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 동안 우리는 학교나 직장, 복지관에 가기 위해 지하철과 버스를 타는 연습을 하며 이동 방법을 알고 두려움을 덜어내는 과정을 갖기도 합니다. 우리를 지원하는 사람들이 아니면, 누구도 알아보지 못할 노력입니다.
발달장애인이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견디는 힘’과 계속 지하철과 버스를 타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공공장소에서 우리는 때때로 ‘이상한 사람’으로 보여집니다. 드라마의 주인공 우영우처럼 헤드셋을 끼고 고래를 상상하며 불안한 마음을 감추는 발달장애인도 있지만, 화가 난 듯 큰 소리를 내거나, 벽을 두드리거나, 춤을 추듯 몸을 움직이거나, 노래를 부르는 발달장애인도 있습니다.
이런 우리를, 어떤 사람들은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웃기도 하고 도망치듯 피하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혼을 내기도 하고, ‘두렵다’며 경찰에 신고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행동과 소리를 감추는 방법을 연습하는 것입니다. 또, 사람들의 시선과 모욕감을 견디면서 이동하기 위해 용기를 내서 계속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이동을 하며 사회활동을 합니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에게 사회적 활동은 엘리베이터 같은 ‘이동을 할 수 있는 물리적 조건’이 갖추어지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이동권 투쟁 안에서도 우리에 대한 이야기가 충분히 담겨 있지 않듯, 우리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를 돌보거나 지원하는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짐작하고, 정책을 결정합니다.
2022년, 발달장애인인 자녀를 키우던 부모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발달장애인인 자녀를 죽인 사건이 8차례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우리의 죽음을 사회적 타살이라고 말합니다. 삭발이 진행되는 삼각지역은 부모에게 죽임을 당한 발달장애인과 죽음을 선택한 부모의 분향소가 마련되어 있던 곳입니다. 이곳에서 오늘 우리는 우리가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지원자들의 돌봄의 허덕임을 업은 채,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우리의 삶을 죽음이라는 단어로만 설명하는 사회와 죽음의 블랙홀 앞에 서 있는 발달장애인. 우리는 더이상 죽임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죽임 이외의 것들이 우리에게도 있음을 계속 이야기할 것입니다. 그리고 사회는 우리가 돌봄 받아야 하는 사람이 아닌, 자립할 권리가 있는 사람, 시민으로서 인정하길 요청합니다.
- 발달장애인은 사람이다. 성장해나가며 자립할 기회를 마련하라.
- 우리가 없는 곳에서 우리에 대해 말하지 마라.
-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우리를 시민으로 인정하라.
2022년 10월 11일
피플퍼스트서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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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장애인들은 “장애인도 버스와 지하철을 타자”고 외치며 정부에게 1동선(지하철 입구부터 승강장까지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동선) 엘리베이터 등을 만들어 이동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습니다. 2022년도인 지금도 삼각지역에서는 몇 달째 이동권과 장애인권리예산을 요청하는 시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동권 투쟁에 참여하는 우리의 마음은 조금 복잡합니다. 이동권에서 주로 이야기되는 것들은 엘리베이터, 계단, 경사로, 열차와 플랫폼의 간격들 같은 눈에 보이는 것들인데, 이 이동권 투쟁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이동의 조건’에 발달장애인의 이동권을 함께 담기 어려워 보입니다.
왜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발달장애인이 자유롭게 이동하기 위한 조건은 눈에 보이지 않은 것들이기 때문일 겁니다.
이동뿐 아니라 교육, 직업, 활동지원, 자립 등 많은 지원 속에서도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은 유독 적고, 가족들은 더 많은 희생과 돌봄의 책임을 요구받습니다.
대부분의 발달장애인은 성인이 되어서도 가족과 시설의 돌봄을 강요받으며 평생을 살아갑니다. 아마도 사람들은 이것에 대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도 이 과정에서 우리가 가진 어려움과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바람을 말하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삶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과 같은 사회에서 발달장애인이 스스로 노력하고, 견디고, 용기를 낸다고 해도 시민으로서 인정받으며 살아가기란 어렵습니다.
우리는 오늘, 이동권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시위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눈빛과 말투가 두렵려웠지만, 이동권은 모두에게 중요하고 권리를 위해서는 예산(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대의 마음을 담아 지난 9월 삭발에 참여(소형민 활동가)했고, 오늘은 우리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삭발에 참여(김대범활동가) 했습니다.
발달장애인이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도 앱에 나오는 목적지까지의 시간은 비장애인의 기준입니다. 우리는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출발해 약속장소까지 갈 때 많은 준비를 합니다.
낯선 곳에서 약속이 생기면 며칠 전부터 어떻게 하면 도착지에 갈 수 있을지 검색하고 직접 찾아가는 연습을 합니다. 길을 헤맬 수도 잃을 수도 있으니 몇 시간 전에 길을 떠나거나, 알아보기 어렵게 만들어진 노선도와 환승방법을 기억하려고 몇 번이나 손을 짚어가며 목적지를 확인합니다.
더 긴 시간 준비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 동안 우리는 학교나 직장, 복지관에 가기 위해 지하철과 버스를 타는 연습을 하며 이동 방법을 알고 두려움을 덜어내는 과정을 갖기도 합니다. 우리를 지원하는 사람들이 아니면, 누구도 알아보지 못할 노력입니다.
발달장애인이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견디는 힘’과 계속 지하철과 버스를 타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공공장소에서 우리는 때때로 ‘이상한 사람’으로 보여집니다. 드라마의 주인공 우영우처럼 헤드셋을 끼고 고래를 상상하며 불안한 마음을 감추는 발달장애인도 있지만, 화가 난 듯 큰 소리를 내거나, 벽을 두드리거나, 춤을 추듯 몸을 움직이거나, 노래를 부르는 발달장애인도 있습니다.
이런 우리를, 어떤 사람들은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웃기도 하고 도망치듯 피하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혼을 내기도 하고, ‘두렵다’며 경찰에 신고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행동과 소리를 감추는 방법을 연습하는 것입니다. 또, 사람들의 시선과 모욕감을 견디면서 이동하기 위해 용기를 내서 계속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이동을 하며 사회활동을 합니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에게 사회적 활동은 엘리베이터 같은 ‘이동을 할 수 있는 물리적 조건’이 갖추어지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이동권 투쟁 안에서도 우리에 대한 이야기가 충분히 담겨 있지 않듯, 우리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를 돌보거나 지원하는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짐작하고, 정책을 결정합니다.
2022년, 발달장애인인 자녀를 키우던 부모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발달장애인인 자녀를 죽인 사건이 8차례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우리의 죽음을 사회적 타살이라고 말합니다. 삭발이 진행되는 삼각지역은 부모에게 죽임을 당한 발달장애인과 죽음을 선택한 부모의 분향소가 마련되어 있던 곳입니다. 이곳에서 오늘 우리는 우리가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지원자들의 돌봄의 허덕임을 업은 채,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우리의 삶을 죽음이라는 단어로만 설명하는 사회와 죽음의 블랙홀 앞에 서 있는 발달장애인. 우리는 더이상 죽임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죽임 이외의 것들이 우리에게도 있음을 계속 이야기할 것입니다. 그리고 사회는 우리가 돌봄 받아야 하는 사람이 아닌, 자립할 권리가 있는 사람, 시민으로서 인정하길 요청합니다.
- 발달장애인은 사람이다. 성장해나가며 자립할 기회를 마련하라.
- 우리가 없는 곳에서 우리에 대해 말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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