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장애여성 벼랑끝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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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장애여성 벼랑끝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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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장애여성 벼랑끝 삶

평생 한국에서 살았지만, 건보료 폭탄·귀화 거부

강제 추방 위기까지, “생존권 보장해달라” 외침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10-28 16:21:49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7개 단체가 2022년 10월 28일 수원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외국인 국적 지적장애여성 대한민국 국적취득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script>window.open( 에이블포토로 보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7개 단체가 2022년 10월 28일 수원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외국인 국적 지적장애여성 대한민국 국적취득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1973년 충남에서 태어난 이후 오십 평생 한국을 떠난 적 없는 지적장애여성 왕 모 씨(50세). 거주체류자격(F-2 비자)을 가진 대만 국적의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각종 제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지능지수 49점, 사회연령 5.9세의 중증 지적장애를 가졌지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장애인 복지 서비스는커녕 400여만원의 감당할 수 없는 건강보험료 폭탄까지 떠안았다. 제발 기본적인 생존권이라도 보장해달라며 귀화 신청에 문을 두드렸지만 이마저도 거부당했다.

벼랑 끝에 놓인 그녀는 지난달부터 국가기관들을 상대로 외로운 투쟁을 해오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생존권을 보장하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7개 단체가 2022년 9월 27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애이주여성의 체납 건강보험료를 해결해달라며 진정을 제기했다.ⓒ에이블뉴스DB<script>window.open( 에이블포토로 보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7개 단체가 2022년 9월 27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애이주여성의 체납 건강보험료를 해결해달라며 진정을 제기했다.ⓒ에이블뉴스DB
■건보료 400만원 체납 폭탄 날벼락

그 시작은 지난달인 9월 27일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 앞 기자회견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등 7개 단체들과 함께 체납 건강보험료를 해결해달라고 인권위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에 따르면, 50여년간 한국에서만 살아온 왕 씨는 건강보험료 체납액 400여만원이 밀려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왕 씨는 2019년 7월 16일 시행된 외국인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 의무화에 따라 매월 13만원 가량의 건강보험료가 부과되고 있었지만, 이를 까맣게 몰랐다. 중증의 장애를 가진 왕 씨는 400여만원의 건보료를 낼 경제력 또한 갖추지 못했다.

이에 왕 씨는 국민건강보험공단 A지사에 방문, 이 같은 사정을 설명하며, ‘건강보험료 납부가 어려운 체납자들에 대해 재정운영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결손처분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을 적용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외국인은 사망 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결손처분이 불가능하다’는 답변뿐이었다.

이들은 인권위에 “감당할 수 없는 건보료를 감액해서 생존권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면서 왕 씨에 대한 체납보험료 결손처분 이행과 함께, 외국인에 대해서도 내국인과 동일한 기준의 결손처분을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7개 단체가 2022년 10월 28일 수원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외국인 국적 지적장애여성 대한민국 국적취득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script>window.open( 에이블포토로 보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7개 단체가 2022년 10월 28일 수원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외국인 국적 지적장애여성 대한민국 국적취득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귀화 신청도 거부, “생존권 지켜달라”

그리고 다시 한 달이 지난 10월 28일, 수원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또다시 ‘생존권 보장’을 외쳤다.

올해 7월 왕씨가 거주하고 있는 오산이주여성쉼터 민들레가 왕 씨의 자립생활을 위해 수원출입국외국인청에 간이귀화 신청을 했지만, 접수조차 거부당한 것이다. 해당 기관은 중증지적장애를 가진 왕씨가 ▲‘종합평가 및 면접심사’를 통과할 수 없는 점 ▲‘생계유지능력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할 수 없는 점 등을 들어 심사조차 받을 기회를 박탈했다.

귀화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왕 씨는 언제든 불법체류가 될 수 있다. 내년 5월 체류 기간이 만료되는 왕 씨는 건강보험료를 계속 체납할 경우 대만으로 강제 추방당할 위기다.
 
(왼쪽부터)재단법인 동천 권영실 변호사, 오산이주여성쉼터 오영미 원장,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대표.ⓒ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script>window.open( 에이블포토로 보기▲ (왼쪽부터)재단법인 동천 권영실 변호사, 오산이주여성쉼터 오영미 원장,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대표.ⓒ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재단법인 동천 권영실 변호사는 왕 씨의 간이귀화 접수 거부에 대해 ▲중증지적장애로 국적업무처리지침상 종합평가 면제 대상인 점 ▲생계유지능력 구비 여부는 장애를 고려해 심사해야 할 점 등을 이유로 부당함을 짚었다.

권 변호사는 “장애가 있는 사람은 종합평가를 면제하도록 돼 있고, 한국에서 태어났고 부모도 한국 출생이며 부모와 가족의 도움을 받는 경우 면접심사를 면제하도록 돼 있다. 왕 씨는 가족이 없지만 이에 준하는 쉼터의 지원을 받고 있으므로 면제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생계유지능력 구비 여부에 대해서도 “왕 씨의 경우 장애인으로서 국가 지원을 받아 생계를 유지할 능력이 있으므로 생계유지능력을 구비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생계유지능력을 완화했지만 너무 협소해 장애인을 차별하는 결과를 야기하고 있다”면서 “이를 확대 적용하지 않는다면 한국인의 정체성을 갖고 있음에도 귀화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간이귀화를 받아줄 것을 요청했다.

오산이주여성쉼터 오영미 원장은 “왕 씨는 한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생존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귀화를 통해 작은 능력이지만 작업장에서 일하고 기본적 생계권을 보장받고 싶다”면서 “외국 국적으로는 한국 땅에서 살아갈 수 없다. 인도적 차원에서 왕 씨에게 한국국적을 부여해달라”고 호소했다.

장추련 박김영희 대표 또한 “어느 나라 사람이든 장애가 있는 사람은 당연히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권리와 삶이 보장돼야 한다. 누구든지 장애로 인해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면서 “국적 취득이 장애 때문에 안 된다고 한다면 명확한 차별”이라고 피력했다.

한편, 이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수원출입국외국인청에 간이귀화 신청서를 다시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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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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