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챠녀 열다섯번째이야기, “할 수 없다는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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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챠녀 열다섯번째이야기, “할 수 없다는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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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챠녀 열다섯번째이야기, “할 수 없다는 편견”

“막상 해보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11-30 15:28:13
열일곱 살에 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가 되어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 되고 난 뒤, 내가 혼자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내가 난생 처음 겪게 된 휠체어 생활은 다치기 전과는 180도 다른 삶이었다. 새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체적인 모든 것을 새로 배우고 연습해야 했으니까. 비장애인은 신경을 쓸 필요도 없는 자연스러운 기본 일상생활 그 자체가, 나에게는 넘어야 할 난관이었다.

제일 기본적인 용변 처리 역시 혼자 하기까지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걸렸었다. 샤워를 하는 것도, 옷을 입는 것도, 욕창 치료를 하는 것도, 혼자만의 방법을 찾기까지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
 
난생 처음 겪게 된 휠체어 생활은 너무 힘들었다. ⓒPxHere 에이블포토로 보기▲ 난생 처음 겪게 된 휠체어 생활은 너무 힘들었다. ⓒPxHere
하지만 무엇이든 단번에 되기보다 서서히 조금씩 하게 되는 게 순리임을 알게 되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부딪치고 넘어졌다. 혼자서는 절대 못 할 것 같은 일들도 처음 한두 번이 어렵고 힘들지, 횟수가 거듭될수록 나만의 노하우가 생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

남들은 용변, 샤워, 옷 입기 같은 걸 해냈다고 박수까지 칠 일은 없을 것이다. 아기가 했다면 모를까. 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작은 일을 혼자 하나씩 했을 때, 박수를 칠 만한 일이었다. 자신감과 성취감이 커졌고, 자부심까지도 생겼던 것 같다.

그렇게 29년이란 오랜 세월 동안, 조금씩 조금씩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났다. 지금은 혼자 못 할 게 거의 없을 정도로 생활에 적응이 되어 있다. 물론 시간이 많이 걸리고 힘이 좀 들지만, 내가 휠체어를 타서 못 할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휠체어 타고도 못 할건 없다. 작년 울릉도 여행 중. ⓒ박혜정 에이블포토로 보기▲ 휠체어 타고도 못 할건 없다. 작년 울릉도 여행 중. ⓒ박혜정
어릴 때부터 여행을 많이 데리고 다녀주셨던 부모님 덕분에 나는 여행이 진짜 너무 좋다. 그런데다 대학 입학 후, 거동이 불편한 나에게 부모님은 빚을 내어 차를 사 주시며 날개를 달아주셨다. 차를 타고 어디든 시간과 돈이 생기면 돌아다니고 싶었다.

그러나 부모님께 받는 한 달 용돈 20만원으로는 돌아다니기에 턱도 없었다.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여행을 가기 위해 나는 돈이 늘 필요했다.

그래서 휠체어를 타고도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찾아보았다. 대구 동성로 시내 상점들을 돌아다니며 설문지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고, 아파트 집집마다 벨을 눌러 방문 판매 영업도 했었다. 교통량 조사 아르바이트로 하루 종일 도로변에 휠체어 타고 앉아서 지나가는 차 대수를 세는 일, 중고 자동차 판매 딜러도 조금 해봤었다. 판매 영업은 수완이 없어서 별 성과는 없었다.

그 외에도 홈페이지 제작, 영-한 번역하기, 천리안에 접속해서 광고 글을 올리기, 자소서, 이력서 대필 아르바이트 등 내가 할 수 있는 어떤 일이든 그냥 했었다.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에서 이근후 박사는 “무모하게 사는 것이 가장 안전한 길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처럼 그냥 무모하더라도 도전하면 된다. 휠체어를 타고 무모해 보이더라도 막상 해보니 할 수 없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실패를 하더라도 해봤다는 생각에 오히려 자신감이 올라갈 뿐이었다!

처음, 하기 전에는 내가 이런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너무 된 게 사실이다. 누구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당시 나는 너무나 여행을 가고 싶은 욕구가 컸다. 그래서 무작정 '막상 해보면 할 수 있다!' 라는 젊은 패기로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던 것 같다.
 
교육회사 시절, 강의를 하던 필자의 모습. ⓒ박혜정 에이블포토로 보기▲ 교육회사 시절, 강의를 하던 필자의 모습. ⓒ박혜정
직장 생활도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컴퓨터 전공이라 초반의 직장은 컴퓨터만 하면 되니까 일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러나 그 뒤로 교육 회사에 근무하면서 내가 교육 진행을 할 수 있을까, 강의를 할 수 있을까 더 걱정했었다.

영어 학원 강사를 도대체 내가 할 수 있을지 너무나 망설여졌다. 초등, 중등 아이들 앞에 휠체어 타고 영어를 가르치는 내 모습이 초라하지 않을지 정말 두려웠었다.

휠체어를 타고 판서를 하고, 강의를 막상 해보니 별건 없었다. 강의를 듣는 어른도, 아이들도 처음에 어색해 했지만, 두 번째부터는 이상할 게 없는 일이었다. 조금의 용기만 내서 막상 해보면 된다. 몇 번만 해보면 자신감이 생기는 마법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최근에 대학생들에게 특강을 했던 필자의 모습. ⓒ박혜정 에이블포토로 보기▲ 최근에 대학생들에게 특강을 했던 필자의 모습. ⓒ박혜정
20대 중반에 혼자 독립을 하면서 처음에는 요리, 설거지, 청소, 빨래 등의 집안일을 내가 할 수 있을까 두려웠었다. 부모님과 같이 있을 때는 그런 집안일을 할 기회도, 필요도 없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들었다.

그렇지만, 대신해줄 사람 없이 혼자니까 어떻게든 내가 해야 했다. 집안일도 막상 하니까 할 수 있었다. 휠체어를 타고 집안일을 한다는 게 쉽지는 않지만, 할 수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남들보다 시간은 조금 더 걸릴 수 있다. 조바심은 버려야 한다. 남들과의 비교는 절대 할 필요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대로, 할 수 있는 만큼만, 나의 속도로 하면 된다.
 
휠체어 타고 집안일 하기. ⓒ박혜정 에이블포토로 보기▲ 휠체어 타고 집안일 하기. ⓒ박혜정
휠체어를 타고 여자 혼자 해외를 여행하는 것도 내가 설마 할 수 있을 까 걱정만 했다. 우리나라도 아닌 정말 낯선 곳에서 말도 통하지 않는데, 과연 내가 오롯이 혼자 여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눈 딱 감고, 용기 내어 한 번만 해보면 누구든 할 수 있다!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건 나도 동의한다. 그러나 '일단 하기만 하면, 할 수 있다!'고 마음 먹고, 첫 발만 내딛으면 분명히 누구나 할 수 있다. 나는 정말 확신한다.
 
휠체어를 타고 혼자 여행가서 찍은 셀카. ⓒ박혜정 에이블포토로 보기▲ 휠체어를 타고 혼자 여행가서 찍은 셀카. ⓒ박혜정
내가 이 몸으로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을지 지레 겁먹었었다. 주변에 서도 힘들 것이다, 못 할 것이라고 의욕을 꺾는 말도 했다. 나도 그런 말을 듣고 첫째를 키우는 건 섣불리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런 말을 들어도 ‘왜 내가 못 해!’라고 생각하고 막상 하면 할 수 있다. 둘째를 키우며 막상 하니까 휠체어를 타고도 나에게 맞는 육아 방법을 찾아서 할 수 있었다.
 
휠체어를 타고 힘들었지만 행복했던 연년생 육아. ⓒ박혜정 에이블포토로 보기▲ 휠체어를 타고 힘들었지만 행복했던 연년생 육아. ⓒ박혜정
혹시 지금 두려움이 들어서 시도를 못 하는 사람이 있다면, ‘막상 해보면’이라는 마법의 말을 꼭 기억하라! 그리고 실행해 보길 바란다.

모든 일은 막상 해보면 사실 아무것도 아닌 일이 대부분이고, 막상 하면 누구든 할 수 있다. 또 막상 하기 시작하면, 당신이 가지고 있던 두려움과 불안은 신기하게도 바로 사라진다.

가슴 밑으로 몸의 2/3가 마비인 나 같은 사람도 하는데, 당신이 못 할 게 도대체 뭐가 있는가?

그냥 딱 한 번만 해보면 된다! 눈 딱 감고 하기만 하면 된다!

하고 싶은 그 어떤 일이라도 막상 해보면, 나도, 당신도, 그 누구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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