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추경호·오세훈 향한 투쟁 잠시 멈춘다
오는 4월 20일까지 장애인권리예산을 보장하라며 4호선 지하철 탑승시위 중단한 데 이어, 시청역 1호선을 중심으로 한 지하철 선전전 또한 실무협의가 진행됨에 따라 4월 7일까지 유보하기로 한 것.
전장연이 지난 23일 출범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하 420공투단)은 24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1박 2일간의 ‘제19회 전국장애인대회 및 2023년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출범식’ 투쟁을 마무리했다.
전날 420공투단의 활동은 쉴 새 없이 뜨거웠다. 오전 8시 308일 차 선전전을 시작으로, 시청역에서 62일 만에 열차 탑승을 시도했지만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에 의해 가로막혔다.
이어 전장연의 서울 단위인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서울장차연)가 ‘서울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 선포 결의대회’를 개최하며, 오 시장을 압박했다. 오후 또한 지하철 탑승 시도 및 시청 인근 거리행진까지 이어졌다.
전장연은 서울시가 현재 진행 중인 추가 장애인활동지원급여(서울형) 수급자 대상 일제점검에 대해 ‘전장연 죽이기 표적수사’라 항의해왔다. 서울시의 ‘사각지대 해소 목적’, ‘특정 단체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라는 해명에도 전장연 측은 “일제점검보다 예산부터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 시장과 여전히 평행선을 겪고 있는 ‘탈시설’과 관련해서도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지켜라”고 외쳤다. 전장연의 투쟁에 기름 붓듯 서울시는 같은 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오세훈 시장이 유럽 출장 기간 덴마크 장애인거주시설을 방문해 주거선택권 보장을 위한 거주시설의 다양화를 확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장연은 오세훈 시장에 대해 표적수사 중단 및 탈시설 권리 보장 등을 위한 대화가 이뤄진다면 투쟁을 멈추겠다고 밝힌 만큼, 당분간은 오 시장과의 투쟁에 집중할 것으로 예견됐다.
그러나 또다시 4월 7일 오전 서울시 김상한 복지정책실장과의 실무협의 자리가 마련됨에 따라, 일단 1호선에서의 지하철 탑승선전전도 멈추기로 했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서울시에 '전장연 죽이기', 서울시 활동지원 추가지원 일제점검에 대해 멈추라고 이야기했고 어젯밤에 서울시 김성한 복지정책실장과 협의하기로 약속했다. 그래서 4월 7일까지 1호선도 타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의 기다림으로 장애인들의 권리를 반드시 쟁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도 한시름 놨다. 2021년 12월 3일부터 시작됐던 1조 3000억원 가량의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투쟁은 잠시 뒤로 미루기로 한 것이다.
전장연은 그간 국회 ‘약자의 눈’ 의원 모임을 통해 종교계와 만나왔으며, 이동권에 대해서는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임을 확인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면담을 앞둔 만큼, 오는 4월 20일 장애인의 날까지는 일단 기획재정부의 답변을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국회가 대기업에 5년간 7조원의 세금을 깎아주는 특혜법 하나를 통과시켰다. 그 돈을 깎아주는데 아무런 조건이 없다. 장애인들은 활동지원 1시간 늘리기 위해서 가족상을 다 전시해도 받을 수 있을까 말까인데 왜 재벌 대기업에게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원해주냐"면서 "재벌 대기업에게 지원하는 것은 투자이고, 장애인을 인간답게 지원하는 것은 비용이냐"고 규탄했다.
이어 추 장관을 항해 "재벌들에게 퍼부을 수 있는 7조원이 있다면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주는 1조 3000억원도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시민이 인간다운 삶을 위한 1조 3000억원을 당장 보장해달라"면서 "많은 시민과 뜨거운 투쟁을 통해 반드시 그 예산을 관철시킬 것"이라고 박수를 받있다.
한편 전장연이 출범한 420공투단은 시혜와 동정의 ‘장애인의 ’날을 거부하며 ‘장애인차별철폐의날’로 만들기 위해 총 147개단체가 모인 공동투쟁기구로, 오는 5월 1일까지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