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고용촉진법 및 직업재활법 (이하 장애인고용법)은 1990년 제정되었지만, 지금은 무려 30년이 더 된 법이 되었다.

장애인고용법의 영향으로 장애인 고용의 중요성은 이제 국회의원들의 국정감사 단골 질문에 “왜 당신들은 장애인 고용을 제대로 하지 않았나요?”라는 질문이 올라와 있고, 장애인고용법에 따라 설립된 장애인고용공단은 이제는 단순 공공기관 수준이 아닌 대형 공공기관으로 성장하여 장애인 사회에 영향을 주는 대형 집단으로 성장하였다.

지난 9월 7일 국회에서 개최된
지난 9월 7일 국회에서 개최된 '장애인 고용의 질적 향상과 양적 확대를 위한 
장애인 고용법 개정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들. ⓒ장지용

그 30년 동안 장애인 사회구조의 대격변이 일어나 그야말로 한국 장애인 사회도 2.0 시대가 되었다. 이 의미는 이제 이 장애인고용법도 2.0 시대가 다가왔다는 것이다. 그동안 진행되었던 장애인고용법의 몇몇 조항들은 유명무실해지거나, 현실과 맞지 않는 등의 문제점을 노출했다. 대표적으로 청년층을 중심으로 발달장애인의 압도적 증가에 따른 장애인 사회의 구조적 대격변이 있다.

그런 장애인고용법 2.0 시대는 어떤 틀을 지켜야 할까? 안 그래도 지난 7일, 국회에서 국회와 한국일보, 장애인고용확대위원회,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의 주관으로 '장애인 고용의 질적 향상과 양적 확대를 위한 장애인 고용법 개정 토론회'가 있었고 필자도 참관한 바가 있다. 그 토론회에서 오갔던 이야기와 개인적 의견을 정리한다.

참석자들의 결론 중 하나이자 필자까지도 동의하게 된 결론의 첫 번째는 ‘장애인 고용부담금의 현실화’이다. 기존 법령에서는 기준선이 최저임금의 60% 수준이었지만, 참석자마다 다양한 의견이 오갔지만 결국은 최소한 최저임금과 연동하자는 점은 일치된 결론이었다.

이 문제에 강경한 태도를 보인 몇몇 토론자는 기준선을 절대적 기준선이 아닌 상대적 기준선에 가까운 개념으로 일률적인 부담금 책정 기준이 아닌, 고용부담금 납부 개별 기업의 평균 임금을 기준선으로 하며, 이 책정 기준에 있어서 정규직 비율과 다시 연동하여 추가 조정을 가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덧붙여 해당 토론자는 정규직 비율이 높으면 부담금을 할인하고, 정규직 비율이 낮거나 정규직이 없으면 부담금을 할증하자는 의견도 제시하였다.

필자는 마치 ‘한 대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나도 그런 생각이 될까 했던 생각이었는데, 이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아예 절대 기준선을 평등하게 부과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필자에게 대단한 충격을 준 대안 제시였다. 마치 학교에서 절대평가만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상대평가 기준을 적용해서 성적표가 나온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거기에 정규직을 최대한 유도하기 위한 제어 장치로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충격적인 대안으로 부담금 할인-할증 관계를 적용하자는 의견은 그야말로 신선한 제안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의 두 번째는 잠깐 북한식 어법을 빌려서 설명해야 할 것이다. “회장님이 (장애인 고용을) 결심하면 기업은 (장애인 고용을) 한다”. (이 표현의 원조 북한식 표현은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인데, 몇몇 국회의원들이 이 발언을 변형하여 발언하고 실제로 대북방송인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에서 다시금 소개된 바가 있다.)

조종란 전 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이자 현 서울여자대학교 석좌교수는 직접 SK그룹의 실제 사례를 소개하며 SK그룹은 최태원 그룹 회장의 강한 결심을 바탕으로 장애인 고용률을 괄목상대하게 성장시켰다는 사실을 소개하며 대기업이 장애인 고용을 실천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바로 수뇌부의 결단력이라고 지적하였다. 괜히 앞에서 북한식 구호를 변형해서 소개한 것이 아니다. 정부 관계자도 이 점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문제는 대기업이 장애인 고용을 확대하는 데 제도적 걸림돌이 있어서 법 개정이 필요하다"라는 보충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 점에 대해서는 조 교수의 의견에 매우 동감하는 바이며, 사실 이 문제는 필자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대기업의 장애인 고용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수뇌부의 의지, 결단력, 실천력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대기업들은 아직도 적합직무 없다 타령을 하고 있지만, 필자가 자주 소개하는 일본 공공분야에서 시행 중인 ‘가벼운 직무에서의 발달장애인 고용’ 같은 대안이라도 실천하면 최소한 ‘점수는 딴다’는 평가를 할 수 있는데도 그렇다.

보충하여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같은 대안은 100%의 대안이 될 수 없고, 연계고용도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는 부분임을 필자는 강조하고 싶다. 보충은 가능할지언정 100% 보충하는 데는 실패할 것이다. 이러한 부분의 완성된 결론은 무조건 대기업이라면 직접 고용이 답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세 번째 이야기는 성희선 서울커리어플러스 센터장의 현장 실천사례에서 나온 부분으로, 필자는 아주 재미있는 대안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 몇가지 있었다.

먼저 거주지 기반 취업을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발달장애인 중에는 장거리 출퇴근이 어려운 경우가 조금 있다. 필자 정도는 그야말로 여건만 되면 인천에서 서울 청량리나 강남까지 통근할 수 있고 휴일 또는 휴가를 이용하여 지방이나 심지어 해외까지 나갈 수 있을 정도이지만, 일부 중증 발달장애인은 자기 기초 생활권 권역을 벗어나는 것도 어려운 사례가 분명히 있어서 그런 지적이 나왔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성 센터장의 주장을 생각해보면, 몇몇 업체들은 근거리에서 취업하는 것이 더 간편한 대안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소도시나 농어촌지역에서는 꽤 어려운 지점이라는 점에서 약간의 위험한 부분은 분명히 존재할 수 있다. 이러한 소도시와 농어촌지역에서 거주지 기반 취업을 성취할 수 있는 대안을 또 모색해야 하는 부분은 개인적으로 지적하고 넘어가고 싶다.

그다음으로 고용 기업을 소상공인에게까지 확대하자는 제안이다. 사실 이 논의는 거주지 기반 취업을 바탕으로 제안된 대안이었는데, 이 부분도 재미있는 제안이다. 시민 대부분은 소상공인을 통해 지역경제에 참여하는 성향이 있으므로,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소상공인에게 장애인 인력을 지원하게 되면 지역사회의 장애인식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점은 매우 신선한 제안이지만 몇몇 부분은 달성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바로 소상공인 특성상 업무의 유동성이 높기 때문에 몇몇 발달장애인들은 고정된 일정이 중요한 탓에 야간·휴일 노동 등을 해야 한다면 또 다른 문제점이 될 수 있다. 다만 발달장애인 노동자의 경우 몇몇은 4시간 근무제를 채택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른바 개점조-중간조-폐점조 이런 교대근무 방식을 채택하는 대안도 존재할 수 있다. 또한, 이른바 3조 1교대 등의 방식을 응용하면 근무조를 4개 이상으로 나누어서 하면 휴일 보장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이 점을 응용하면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끝으로 신세계그룹의 실제 사례를 소개하며 ‘의무 실습제’라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것도 흥미로웠다. ‘의무 고용제’는 들어봤어도 ‘의무 실습제’는 생소한 대안인데, 일종의 수습 기간을 이용하여 실습을 진행하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정규 고용을 이루는 대안도 재미있는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신세계그룹은 두 가지 보증조항을 붙였는데, 하나는 고용 기간을 상징적인 의미로 2099년을 만료 시점으로 설계하였다는, 즉 사실상 고령이 되어 은퇴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여건이 될 때까지 고용을 보장하였다는 점과 하나는 해당 영업점 폐쇄 시 그룹 내 다른 영업점으로 우선 발령, 즉 인사이동 원칙을 설정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것은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려는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

의무적으로 수습 기간을 거쳐서 고용으로 이어지게 하자는 제안은 그야말로 배치를 먼저 하여 현장 훈련을 하고 후에 고용하자는 것으로, 최근 몇몇 기업에서 각종 실습이나 실무평가, 지원 고용 등의 방식으로 현장 검토를 진행한 뒤 정식 노동계약을 체결하는 트렌드가 유행하는 점은 이러한 것이 가능한 방법임을 증명하였고 신세계그룹도 그러하였다.

다만 이 의무실습제에 관하여 성 센터장은 이 의무 실습이 유급 실습인지, 무급 실습인지, 정식 노동계약이 체결된 조건으로 시행되는지는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구체적인 실제 이행 상황에 대한 부분은 언급하지 않아 조금은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미국에서 도입되어 장애인개발원에서 진행 중인 퍼스트 잡 사업을 민간의 방식으로 실현하는 것일 수도 있어서, 향후 이러한 방식의 실제가 더 자세히 알려져서 장애인개발원의 방법론과 유사한지, 다른지를 비교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토론회에선 언급이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장애인고용법 2.0 시대에 필요한 지점 몇 가지를 짚어보면 이렇다.

먼저 대졸 장애인이 증가하면서 대졸자에 걸맞은 일자리 확충이 시급하다는 점을 짚고 싶다. 한국 장애인 통계에서 저학력 비중도 높긴 높지만, 젊은 세대로 축소해서 보면 대졸자는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던 점이 있다. 지금 젊은 층의 저학력 비율이 높은 것은 거꾸로 보면 발달장애의 특성상 대학진학이 이뤄지는 것은 극히 드물기에 보이는 착시 현상일 수 있다. 발달장애의 경우 자폐성장애인의 일부를 제외하면 대학진학은커녕 정상적인 고등학교 교육과정조차 따라오기 힘든 상황이 많아서 그런 것이다.

그렇지만 대졸 장애인의 점진적 증가 추세를 고려한 대졸 장애인 일자리를 본격적으로 고민할 시점도 점점 다가오고 있다. 거꾸로 보면 장애인 대졸자 증가율이 낮은 점은 대졸 장애인 일자리 부족에서 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장애인 중에서는 이러한 문제 때문에 공무원 시험 응시를 절대적인 대안으로 생각하는 부류도 꽤 있다.

그다음으로 장애인 의무고용률의 적정성도 꽤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즉, 이에 대한 개혁 작업도 분명히 필요한 지점이다. 현재는 장애인 의무고용률 산정에서 장애 정도 또는 유형에 따른 기준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를 개혁하여 장애 정도 또는 유형에 따른 일종의 ‘쿼터의 쿼터’를 두는 방식이 필요하다. 정도를 따를 경우 중증장애에 대한 부분을, 장애 유형에 따를 경우 정신적 장애에 대한 ‘쿼터의 쿼터’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신적 장애의 경우, 필자를 담당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항상 지적하는 것이 바로 “당신이 해야 할 최고의 치료는 약물치료가 아닌 직장생활하는 것”이다. 정신적 장애인들은 오히려 직장생활이 더 좋은 치료방식이자 과도한 입원 등을 방지하는 효과가 존재하는데, 이러한 점에서 장애인 의무고용률에서 정신적 장애인에 대한 부분을 ‘쿼터의 쿼터’ 방식으로 도입하는 대안은 충분히 검토될 가치가 있다.

세 번째로 장애인 고용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기업의 지원을 의무화하고, 또한 그러한 지원을 위해 장애인고용공단에 비용, 인력, 경험의 공유 등을 요청할 수 있게 하는 등 고용 유지를 위한 기업의 지원 의무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있다.

기업은 장애인 의무고용에 있어서 편의시설 보장, 업무 방식 또는 시간 조정, 업무 지원 인력 배정 등 고용 유지를 위한 지원을 해야 하는데, 이러한 것을 지원하기 위하여 현재도 장애인고용공단은 노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부분을 더 강화하고 고용 유지가 잘 이뤄질 수 있게끔 하는 사후 관리 역량을 장애인고용공단이 갖출 수 있게 하여 장기적으로 기업도 장애인 고용 유지를 할 수 있게끔 하는 노력도 앞으로 필요한데, 장애인고용법 2.0 시대에는 반드시 보완되어야 할 조항이다.

끝으로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 강의의 혁신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의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강의는 형식적인 강의에, 대면 교육을 하는 것이 기적일 정도로 여건이 좋지 않다. 이 부분을 실질적인 효과를 위해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강의에서 현실적인 부분을 보충하고, 직급·업종·직무 등에 따른 장애인식개선 콘텐츠를 각각 제작하거나 고안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의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 강의 표준안을 보면 사실상 일선 직원들에게 필요한 내용이라기보다는 임원들이나 경영분과 또는 인사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필요한 실제 고용사례라든지, 정부 정책 소개 이러한 부분이 일반 직원들에게까지 들어가 있는 등 실제 고용된 직급·직무에 걸맞지 않은 내용이 상당히 많다.

일선 직원들에게는 장애인 노동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 더 필요하다. 업종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로 업종에 따라 장애와 장애인에 관한 정보가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이 지점도 반드시 혁신해야 할 부분이다. 현재는 기업이 종사하는 산업 분야의 특성을 반영한 내용은 전혀 없다.

또한, 현재 사이버 교육 위주이자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교육 방식을 혁신하여 최대한 대면 교육 중심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상당수 직장인은 직장 내 인식개선교육이 사이버 교육으로 이뤄지는 탓에 그냥 건성으로 듣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한 번 더 이야기하겠다.

강산이 바뀐다면 벌써 세 번은 바뀌었을 장애인고용법이다.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장애인 고용은 확대되었고, 이제는 우영우 변호사처럼 장애인 직장인이 일하는 이야기를 드라마 서사로 쓴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게 되었다. 이제 장애인고용법도 혁신해야 할 시점이다.

장기적으로 장애인고용법 2.0이 필요할 것이다. 오는 제22대 국회가 내년에 출범할 예정인데, 새 국회에서 깊은 고민을 통해 진정한 장애인고용법 2.0이 나와야 할 것이다. 즉, 거꾸로 말하면 오는 2024년 4월 총선은 중요한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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